8년 차 커리어 뒤로하고, 왜 UX 디자이너로 다시 시작했냐고요?

잘 일하고, 잘 쉬는 법을 고민하는 우리 모두에게 💙
오늘의 편지 속에는...
마이크로소프트 UX 디자이너 소은님의 ‘일’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UX 디자이너로의 커리어 전환부터, 해외에서의 선택, 그리고 다양한 조직을 거치며 쌓아온 소은님의 경험까지.
오래 했던 일보다, 오래 하고 싶은 일을 택했어요.
💌 소은님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 어떤 전공을 했고, 커리어의 시작은 어땠나요?
저는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SFU(Simon Fraser University)에서 Interactive Arts & Technology(SIAT)를 전공했어요. 학부생들은 Design, Interactive Systems, Media Arts 세 가지 전공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요. 저는 Design 트랙을 선택해, 지금은 Product Designer로 일하고 있어요.
저는 처음부터 "UX 디자이너"로 일한 것은 아니고 학부 시절부터 저는 파트타임 "그래픽 디자이너"로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회사가 성장하면서 졸업 후에는 풀타임으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디자인 외에도 마케팅, 세일즈, 물류, 전략 기획 등 여러 역할을 경험하게 되었어요. 덕분에 디자인을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고, 사용자와 비즈니스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는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지금 제가 UX 디자인을 할 때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디자인 업계에 익숙하지 않으면 헷갈릴 수 있지만, 두 역할은 분명히 다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주로 보이는 것, 즉 시각적인 요소에 집중하는 반면, UX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어떻게 경험하고 사용하는지를 중심으로 생각해요.
💡 UX 디자이너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2022년 여름이 제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어요.
그때 저는 한 달 반 동안 코로나에 세 번이나 걸렸는데, 회복과 재감염을 반복하면서 병상에서 거의 지내다시피 했죠. 특히 밴쿠버는 그해 유난히 더웠고,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38~40도의 폭염과 고열, 기침, 극심한 목 통증까지 겹치니까 정말 숨이 막히는 듯한 시간이었어요. 몸이 너무 아프니까 오히려 정신이 또렷하지 더라고요. 누워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갑자기 끝날 수도 있겠구나. 그렇다면 내가 진짜 원했던 일, 단 한 번이라도 해보고 싶다."
사실 저는 대학 시절부터 UX 디자인에 큰 관심이 있었어요. 단순히 보기 좋은 화면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 속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진짜 도움이 되는 제품으로 연결하는 그 과정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렇게 병상에서의 깨달음이 저를 다시 원래 가고 싶었던 길로 이끌었고, 결국 8년간 일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UX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전환하기로 결심했어요. 지금은 그때의 결심을 현실로 만들며 현재는 Product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 커리어 체인지, 왜 해외에서 하게 되었나요?
커리어 체인지를 고민하던 시기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가장 힘든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해볼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실제로는 캐나다뿐 아니라 한국 회사에도 지원하며 다양한 포지션의 인터뷰를 진행했죠. 그중에는 YG 엔터테인먼트처럼 꽤 흥미롭고 매력적인 곳과 인터뷰를 진행해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캐나다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기로 결심했어요. 비교해보니,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이 북미 쪽과 더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특히 의사소통 방식이 저에게는 큰 차이였어요. 북미에서는 디자이너가 단순히 시안을 만드는 역할을 넘어, 문제 정의부터 솔루션 제안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많아요.
팀 내에서도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기보다는, 솔직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이 존중받는 분위기예요.
저처럼 다양한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고 '왜'를 자주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이게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죠.
또, 제가 오랫동안 쌓아온 네트워크와 경험이 캐나다에 있었기 때문에, 이 기반 위에서 UX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느꼈어요.
무엇보다도, 이왕 커리어 체인지를 결심한 거라면, 언젠가 후회할 바엔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저는 예전부터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에 대한 확신이 있었거든요.
그건 바로, 사람들의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들고, 그로 인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그렇다면 여기서 멈추지 말자. 새로운 길을 선택한 이상, 끝까지 가보자는 다짐이 생겼어요. 단순히 커리어를 바꾼 게 아니라, 제 인생의 방향 자체를 바꿨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해외 빅테크'라는 목표가 생겼고, 이제는 내가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더 큰 도전과 성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결국 제가 원하는 건 단지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라,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북미에서의 도전은 제 가치관과 가장 잘 맞는 길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 에이전시, 스타트업, 빅테크 모두 경험해보니 어떤 점이 달랐나요?
저는 디자인 에이전시, 스타트업, 그리고 지금 일하고 있는 빅테크에서 모두 경험을 쌓았습니다. 각 환경이 정말 달라서 각각의 차이점을 잘 느낄 수 있었죠.
디자인 에이전시에서는 다양한 클라이언트 요구에 맞춰 빠르게 움직여야 했어요.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처리하면서 고객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한 환경이었죠. 빠른 속도와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스타트업에서는 리소스가 한정적이지만, 그만큼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서 더 넓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케팅, 개발, 운영까지 여러 부서와 협업하며 전체 비즈니스 흐름을 이해하고,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문제 해결이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팀의 크기가 작다 보니 기민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빅테크에서는 체계적이고 규모감 있는 작업 환경에서 일하고 있어요. 글로벌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 작업이 많다 보니, 정확한 문제 정의와 고객 중심의 접근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또, 효율적인 팀워크와 장기적인 프로젝트 관리가 필수적인 환경이라,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에서 높은 수준의 프로세스가 필요했어요.
각 조직에서 배운 점들은 모두 지금의 제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해외 빅테크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메세지가 있다면?
빅테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좋은 대학을 나왔거나, 인턴십을 차곡차곡 쌓아온 ‘정석’의 경로를 밟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 경우는 조금 달랐습니다. 대학 시절 인턴십이나 코업 경험은 전혀 없었고, 디자인 경력도 한동안 단절된 상태에서 UX 필드에 도전하게 되었죠.
빅테크에서 일하는 것은 정말 흥미롭고 도전적인 경험이지만, 그만큼 준비도 많이 필요해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태도입니다.
기술적인 역량은 물론이고,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 그리고 글로벌 사용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이해하는 통찰력이 중요하죠.
그리고 자신만의 고유한 강점을 찾는 것도 꼭 필요해요. 다양한 경로를 거쳐온 배경과 경험이, 오히려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도전하는 자세를 놓지 마세요.
때론 실패가 두렵기도 하겠지만, 저 역시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할 것 같았다”는 마음으로 커리어 전환을 결심했고, 결국엔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 이 길을 걸을 때는 불확실한 점이 정말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면서 하나씩 길을 만들어갔어요. 자신의 목표와 가치를 명확히 하고, 그 목표를 향해 계속 도전해보세요. 그 과정에서 얻는 모든 경험과 배움은 분명 여러분을 원하는 자리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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